플라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철학 고전을 읽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특정 철학자가 전개한 철학의 내용 그 자체가 난해한 경우이다. 이런 것은 각각의 철학에 대한 개별적 사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철학 일반에 관한 것으로서 철학자들이 살았던 시대가 오늘날과 시간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현대인의 시각에서 과거의 글을 읽곤 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과거의 글에 대한 오해가 생기거나 혹은 난해하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과거의 글을 읽을 때에는 무엇보다도 그 철학자가 살았던 역사적 배경과 그 철학자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읽는다고 하여도 역사적 배경과 그 맥을 잘못 짚을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철학을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우선은 그 철학자에 정통한 학자의 도움을 얻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한국에는 플라톤에 관한 권위자로서 박종현 교수께서 계시고, 또 그분의 제자들이 정암학당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분들이 쓴 주해서나 번역본을 중심으로 학습할 것을 권한다. 다행히도 박종현 교수께서는 플라톤의 주요 저서들을 거의 다 번역해두셨고, 또 주해도 알차게 해두셨다. 따라서 플라톤의 책들은 우선 박종현 교수 역주본을 택하되, 박종현 교수께서 번역하지 않은 책에 한하여 정암학당에서 번역한 책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의 철학자의 번역을 한 사람의 연구가가 통으로 번역한 경우에는 장점도 따르지만 위험성도 따른다. 먼저 장점은 번역어가 일관적이고 통일적이어서 그 철학자가 구상한 바를 모순 없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성도 있다. 그 위험성이란 그 철학자의 어떤 주장에 대한 해석에 있어 후대의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경우에, 한 사람의 번역자 또는 주해자의 글만 읽게 되면 편향된 해석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편향적 해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실 다양한 번역을 비교하며 읽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 대학자의 역본을 택하여 읽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는 철학을 전공으로 할 것이 아니며, 철학을 기초부터 쌓아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철학적 기초를 쌓는 단계에서는 다소간 편향성에 빠질 우려가 있다 해도 일단 체계적이고 일관된 논지를 가지고 그것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고, 의견이 분분한 부분에 대하여는 추후에 비교하며 읽어보아도 늦지 않다. 더구나 아직까지 한국에서 플라톤에 관한 한 박종현 교수만한 대학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걸음마 단계에서는 이 대학자를 신뢰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1
플라톤의 책을 읽기 위하여 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1. 해설서
아래의 책들은 플라톤의 해설서들이다. 『희랍 철학 입문』은 입문서로서 적당하다. 플라톤의 책들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볼 것을 권장한다. 『헬라스 사상의 심층』은 다소 어렵다. 반드시 내용을 다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까진 없다. 플라톤 사상의 대강만 파악해도 된다. 어려우면 건너뛰어도 되고, 플라톤의 원전을 읽으면서 참고적으로 활용해도 된다.
가. 『희랍 철학 입문』 (W.K.C.거스리 著, 박종현 譯)
나. 『헬라스 사상의 심층』 (박종현 著)
2. 플라톤의 단편집들
아래의 책들은 플라톤의 단편집들이다. 짧은 책들인지라 시중에는 보통 여러 편이 한 권으로 묶여 있다. 단편집들은 어려운 내용이 아니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자. 내용을 따로 정리할 필요도 없다. 소크라테스가 말을 복잡하게 할 때에는, 그때에는 아직 복잡한 개념을 설명할 단어들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고려하자. 또한 소크라테스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헛소리를 할 때에는 인도유럽어족에서는 “계사(가령, 영어의 be동사)”가 “~이다”와 “있다”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고, 소크라테스가 이 두 가지 의미를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잘 살펴보면서 읽어보자.
가. 에우티프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플라톤 著, 박종현 譯)
나.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 라케스, 메논 (플라톤 著, 박종현 譯)
다. 플라톤의 향연, 파이드로스, 리시스 (플라톤 著, 박종현 譯)
단편집을 읽다 보면 패턴이 비슷해서 지루해지는 때가 온다. 플라톤의 단편집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편집들이 지루해질 때 쯤 해서 장편집으로 넘어가자.
3. 플라톤의 장편집들
아래의 책들 중 메넥세노스와 이온은 단편집이지만, 고르기아스는 장편집이다. 단편집에서 장편집으로 넘어갈 때 읽어보기 적당하다.
플라톤의 단편집들을 읽을 때에는 그의 논리 전개 방식에 집중하여 읽었다면, 장편집에서는 그보다는 내용에 좀 더 집중하여 읽는 것이 좋겠다. 장편집들은 내용을 한 번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또 박종현 역주본의 경우에는 각 용어들의 그리스어(헬라스어) 원어의 음가를 표시해두었을 것이다. 이 용어들 중 반복되는 것들은 wiktionary 홈페이지에2 들어가서 검색해볼 것을 권한다. 그리스어(헬라스어) 알파벳과 음가표는 부록 참고.
플라톤의 장편집 중 『법률』편은 왠지 읽어보아야 할 것 같은 제목과 달리 굳이 읽어볼 필요 없다. 읽어보면 안다. 플라톤이 구상했던 법률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실제 법률도 입안하는 데 적절하지도 않아 도움이 될 것도 없는데다가 철학적으로도 별 대단한 내용이 없다. 단편집 중 『미노스』는 『법률』편의 서론 격이다. 역시 읽어볼 필요 없다. 그래서 『미노스』와 『법률』은 모두 목록에서 뺐다.
『티마이오스』는 매우 난해한데다가 거기서 다루고 있는 주제 역시 법학 공부할 거면 그다지 읽어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목록에서 뺐다. 자신이 어린이 과학교실 같은 거 열어서 아이들한테 옛날 사람들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다고 생각했었는지를 소개해줄 거라면 좀 도움이 될지도?
『테아이테토스』는 박종현 역주본이 없어 아직 읽어보진 않았는데, 그 다루고 있는 주제를 고려할 때 읽어두면 좋을 것으로 생각되어 일단 목록에 넣었다. 인식론에 관한 내용이다.
가. 플라톤의 고르기아스, 메넥세노스, 이온 (플라톤 著, 박종현 譯)
나. 플라톤의 국가(政體) (플라톤 著, 박종현 譯)
다. 플라톤의 소피스테스, 정치가 (플라톤 著, 박종현 譯)
라. 테아이테토스 (플라톤 著, 정준영 譯)
부록 / 그리스어(헬라스어) 알파벳과 음가표 3
불과 24자 밖에 안 되고, 순서도 영어 알파벳과 유사해서 금세 외울 수 있을 것이다. wiktionary 홈페이지에서 찾을 때에는 음가로 찾기 어렵다. 스마트폰 자판을 그리스어로 설정 후 그리스어 알파벳으로 찾아야 쉽게 찾을 수 있다. 자판도 qwerty 자판과 거의 같음.
| 대문자 | 소문자 | 이름 | 음가 | 대문자 | 소문자 | 이름 | 음가 |
| Α | α | alpha, 알파 | [a] | Ν | ν | nu, 뉴 | [n] |
| Β | β | beta, 베타 | [b] | Ξ | ξ | xi, 크시(크사이) | [ks] |
| Γ | γ | gamma, 감마 | [g], [ŋ] 4 | Ο | ο | omicron, 오미크론 | [o] |
| Δ | δ | delta, 델타 | [d] | Π | π | pi, 피(파이) | [p] |
| Ε | ε | epsilon, 엡실론 | [e] | Ρ | ρ | rho, 로 | [r] ~ [ɾ] |
| Ζ | ζ | zeta, 제타 | [zd] | Σ | σ, ς 5 | sigma, 시그마(싱마) | [s], [z] |
| Η | η | eta, 에타 | [ɛː] | Τ | τ | tau, 타우 | [t] |
| Θ | θ | theta, 쎄타 | [tʰ] | Υ | υ | upsilon, 윕실론 | [y] |
| Ι | ι | iota, 이오타(요타) | [i] | Φ | φ | phi, 피(파이) | [pʰ], [f] |
| Κ | κ | kappa, 카파 | [k] | Χ | χ | chi, 키(카이) | [kʰ] |
| Λ | λ | lambda, 람다 | [l] | Ψ | ψ | psi, 프시(프사이) | [ps] |
| Μ | μ | mu, 뮤 | [m] | Ω | ω | omega, 오메가 | [ɔː] |
Greek alphabet - Wikipedia
Letter Name Ancient pronunciation Modern pronunciation IPA[12] Approximate western European equivalent IPA[13] Approximate western European equivalent[14] Α α alpha, άλφα Short: [a]Long: [aː] Short: similar to a as in English hat[15]Long: a as in 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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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한국에서 플라톤의 책의 번역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박종현 교수의 번역이고, 다른 하나는 천병희 교수의 번역이며, 나머지 하나는 정암학당 소속의 학자들이 번역한 것이다. 박종현 교수는 플라톤의 권위자이고, 천병희 교수는 독문학자로서 다양한 그리스 고전을 번역한 바 있다. 정암학당은 서양 고중세 철학 원전의 연구와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학술연구단체이다. 박종현 교수는 대체로 직역을 하는 대신 플라톤의 국내 권위자답게 주해를 아주 상세하게 풀어놓았다. 반면에 천병희 교수의 경우 일반 대중을 독자로 설정하고 번역한 듯이 주석이 거의 없고 의역이 주를 이룬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우리가 비록 철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LEET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천병희 교수의 번역보다는 박종현 교수나 정암학당의 번역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플라톤이 전개하는 논리의 흐름이 보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 https://en.wiktionary.org/wiki/Wiktionary:Main_Page [본문으로]
-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Greek_alphabet [본문으로]
- 본래 ‘ㄱ’발음이지만, 특정 발음 앞에서는 ‘ㅇ’받침 소리가 난다. 예시: εὐαγγέλιον(유앙겔리온), δογμα(동마 또는 도그마. 사실 ‘독마’도 실제로 발음해보면 ‘동마’로 발음됨.) [본문으로]
- 단어의 맨 앞이나 중간에서는 σ, 맨 끝에서는 ς.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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