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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T를 위한 배경지식, 얼마나 공부할 것인가?

시험에 빠진 네오 2024. 8. 4. 18:21

오늘의 주제를 다루기에 앞서 한 가지 복습하도록 합시다.

 

학습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 효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10시간은 공부했어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면, 짧은 시간을 공부했어도 그 시간동안 공부한 것만큼은 분명히 알고 가는 것만 못합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신상태를 총명하게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상태가 맑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잠을 정말 잘 자야 합니다. 절대 공부를 더 하려고 잠을 줄이지 마세요. 잠을 줄이는 만큼 뇌의 학습 효율도 떨어집니다. 만약 자신이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수면의 질이 나쁘다면,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기 전에 먼저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임으로써 수면위생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수면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수면의학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LEET를 위한 배경지식, 얼마나 공부할 것인가?

 

사실 배경지식 학습에 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지식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 10년 후에는 별 게 아닌 게 되거나 혹은 새로운 연구결과에 의해 부정될 수도 있습니다. 가령, 과거에는 학교에서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새를 수각류 공룡의 한 부류로서 백악기-고진기 대멸종 당시 보존된 종이라고 가르칩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어떤 지식을 항상 최신의 것으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배경지식의 학습은 평생의 과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LEET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두고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우리는 모든 지식을 다 담고 나서 시험에 임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다소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언젠가는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따라서 LEET를 위한 배경지식, 얼마나 공부할 것인지에 대해 필자는 이렇게 조언하고자 합니다.

 

먼저, 만약 재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 시험을 보는 해의 초부터는 배경지식 축적을 잠시 중단하고 기출문제 분석과 모의고사를 통해 시험시간 운용 연습에만 매진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재시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경우"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하나는 이번 시험에서 점수가 좋지 못하면 이 길에 대한 미련은 깨끗하게 접겠다고 다짐한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 시험에서 반드시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경우입니다. 어느 경우가 됐든 재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 배경지식보다는 실전 연습에 매진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시를 고려하고 있거나 혹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경우에는 배경지식을 꾸준히 쌓을 것을 권장합니다.

 

이렇게 권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험을 보는 기술적인 측면은 생각보다 배우기 쉬운 데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반면, 배경지식은 배우면 배울수록 새로운 지식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와닿게 생각해볼까요? 만약 이번 시험을 망쳐서 재시를 하게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경우, 시험을 보는 기술적인 측면은 생각보다 새로 배울 게 없습니다. 만약 나의 훈련이 부족했다면 훈련은 더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 훈련은 시험 전 몇 달이면 족하지 굳이 1년씩이나 (혹은 그 이상)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문제 푸는 기술과 그 훈련은 지루한 반복숙달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더 나아진다고 해봤자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배경지식은 쌓으면 쌓을수록 나의 자산이 됩니다. 앎의 지평이란 무한히도 넓기 때문입니다. 내가 더 많이 아는 만큼 지문도 더 쉽게 읽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결론이 도출됩니다. 가령, 재시를 하게 되었는데 1년동안 배경지식의 축적 없이 시험을 보는 기술을 연마하고 훈련하는 데에만 온 노력을 쏟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가 지난 시험에서 그러한 훈련이 부족했다면 점수는 오를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 다음 시험에서도 크게 다르리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배경지식을 축적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고스란히 자기 실력이 됩니다. 배경지식을 축적하는 만큼, 그 분야에 대한 글도 더 여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되고, 이것은 시험시간의 운용에 있어서도, 지문의 논지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배경지식을 결코 기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어디부터 어디까지 통째로 외우겠다는 식으로 공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 암기에 불과합니다. LEET는 배경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닙니다. LEET는 철저히 주어진 지문에 근거를 두고 추론을 하는 시험입니다. 다만, 배경지식이 있으면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수월할 뿐입니다. 게다가 단순 암기식 학습은 효율도 좋지 않습니다. 배경지식을 학습할 때에는 무엇보다 그 지식을 충분히 소화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해당 분야의 지식이 제시문으로 나왔을 때, 그 지문을 보다 편안하게 읽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경지식을 학습하는 속도는 무조건 빠르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배경지식을 학습하는 목적은 그 분야의 독해력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지, 배경지식 자체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물론, 배경지식 학습에 있어서 기간을 정하는 목표를 정하지 말라는 것이 배경지식 학습의 계획을 짜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너무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서 배경지식을 어떤 순서로 학습할 것인지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것은 좋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마감에 쫓기듯 너무 촉박하게 목표를 정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학습할 때에는 반성(反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학습의 대상을 두고 골똘히 생각해보고 그것을 깊이 음미하기 위해선 적당한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시험 전까지 『서양철학사』조차 완독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면 됩니다. 무엇이든 배우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나에게 그 시간이 부족한 거겠죠. 다만, 다음에 또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면 다시금 이어서 공부하면 됩니다. (쉽진 않겠지만) 심정의 동요 없이 자신의 현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 수험생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앞으로 재시할 계획이 없을 경우, 오직 그 경우에 한하여 배경지식 축적을 중단하고 실전 연습에 매진해도 좋다고 한 뜻이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경우에는 다시 볼 시험이 아니니 오로지 단기적인 목표에만 집중하여 거기에만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시를 감수할 수 있다면, 그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목표에만 집중하여 거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방식은, 조금 느려보여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준비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고려한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수험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진단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더 준비해야 할지, 아직 좀 더 수련이 필요할지, 아니면 이제는 시험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에만 집중하여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될지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상과 같은 조언이, 특히 자신의 재정적 상태가 궁핍한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재정적 상태에 따라 현실적으로 수험생활을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달라질 것이고, 학습이 중간에 끊겼다가 재개하는 것이 반복되면 그것은 그것대로 소모적이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경우, 본래 전공도 법과는 무관했을 뿐더러 문과 계열과는 매우 먼 전공인 데다가 집도 가난했기 때문에 수험생활을 결심했을 때 맨 처음 시작한 것은 수험생활을 위한 생활비를 충분히 벌어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된 일을 하면서도 독서를 쉬지 않았습니다.(언젠가 한 번 다루겠지만, 직장생활하면서 읽은 책이 연평균 20권 이상입니다.) 그렇게 애써 저축한 돈으로 학원도 다니고 수험생활동안 생활비로도 썼습니다.(단, 생활비를 벌겠다고 야간노동을 하거나 유해물질을 다루는 일 같은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은 절대 하지 마세요. 야간노동은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그 밖에 다른 위험한 노동도 수험생활이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언이 집이 가난하지만 자신의 전공이 법과 무관하지 않고,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실력이 충분한 분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만일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래서 단번에 수험생활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저는 바로 도전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현재 학자금 대출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훨씬 낮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것을 보면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가진 자들은 결코 스스로 세상을 좀 더 공평한 곳으로 만들어주지 않을 겁니다. 세상은 우리가 우리 손으로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단기적인 안목에 사로잡혀 소모적인 시간을 반복하는 한, 우리에게 세상을 바꿀 힘은 결코 모이지 않을 겁니다.